실. 시일. 시이이일. 실은 왠지 길게 발음하고 싶다. 안그러면 모자라서 다 꿰매지 못할 것 같다. 제대로 매듭을 짓지 못하거나 이것과 저것의 틈이 벌어질 것이다. 실은 꼬거나 묶거나 매달거나 잇거나 꿰매는 용도로 쓰인다. 그저 실로만 존재하는 것은 팔리지 않은 실 뿐이다. 떨어진 것들을 잇는 중간의 존재. 형태를 만드는 것. 접착제가 발달하지 않던 시절의 옷과 가방과 신발과 바구니 또는 기타 등등의 입체를 가진 것들은 대부분 실의 힘을 빌렸다. 실은 자존심이 강할 것이다. 생각보다 끊어지지 않는 것도 그러하고, 세련되게 날이 잘 선 가위가 아니면 늘 지저분하게 끊어진다. 생각하는 길이보다 길게 끊어야 골탕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걱정이 많으면 많은 실을 낭비하게 된다. 누구든 원하면 쉽게 가질 수 있지만 실을 이용하여 완성한 것들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미싱에서 뱅뱅 돌아가는 실패는 자신이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알까. 앞으로 무엇이 될지도 알고 있을까. 실은 천이 될수도 있다. 끈도 될 수 있다. 실이 입체가 되려면 수많은 돌림과 꼬임과 매듭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는 더 이상 실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아마 그들은 서로 묶이고 교차하면서 실이었던 자신을 잊지 않을수도 있다. 우리가 보는 모습은 보이는 모습이지만 실은 아무리 꼬여도 실이다. 실로 만든 선과 구멍이 아무리 복잡해도 원래 그것은 우리가 이차원으로 인식하던 하나의 긴 선이다. 나는 찻잎을 우릴 때도 생닭을 묶을 때도 실을 사용한다. 모빌을 묶을 때도 쓸 것이다. 막대와 종이학을 묶은 실이,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드러내 줄 것이다. 가늘게 떨리고 회전하면서 움직임에 동조하는 실. 음악처럼 유연하지만 강인하다. 실은 시이일. 길게 불러야 한다. 그래야 부족하지 않다. 제대로 묶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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