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마늘과 깐마늘의 사이에는 시간+노동의 가치가 들어있다]
[통마늘과 깐마늘의 사이에는 시간+노동의 가치가 들어있다]

요리를 하다 보면 마늘을 까는 시간과 노동이 유독 번거롭게 느껴진다. 요리란 것이 먹기는 쉬워도 만드는 데는 대체로 많은 시간과 단계를 거쳐야 하는 노동이다. 그래서 최대한 효율을 찾기 마련인데, 거기에 마늘도 포함된다. 마늘은 한식의 기본인지라 많은 주부들이 해마다 철이 되면 대량으로 마늘을 사서, 까고, 기계로 갈고, 그것을 비닐에 납작하게 얼려 요리할 때마다 필요한 만큼 잘라 쓰거나 아예 얼음틀-요즘은 전용틀도 있다고 들었다-에 넣어 얼려둔다. 이는 무척 저렴하고 효율적이어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위의 방법을 쓰지 않는다. 쪽마늘을 사지도 않는다. 비싸더라도 누군가 수고스럽게 까놓은 ‘깐마늘’을 구입한다. 그래서 어떻게 생긴 마늘이 좋은 것인지 고르는 방법도 잘 모른다. 그저 누군가 수고스럽게 까놓은 마늘을 구입해 쓰는데, 단지 그 마늘의 단단함과 즙의 양으로 신선도를 가늠해볼 뿐이다. 또한 마늘을 얼리거나 냉동마늘을 구입하지 않는데, 요리의 효율을 따지더라도 이것만큼은 어긴 적이 없다. 첫째는 냉동실에 ‘간 마늘’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마늘의 냄새-익지 않은 마늘의 냄새는 냉동을 시켜도 강하다-가 냉동실에 있는 다른 재료에 은근히 배는데, 그것이 싫은 이유가 제일 크다. 우리집 냉장고는 그다지 크지 않으므로 좁은 냉동실 안에 디저트 재료들(향을 내는 재료, 밀가루 등)과 함께 두기 꺼려진다. 


마늘을 얼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맛과 향이다. 아무리 좋은 마늘도 얼려서 장기간 보관하면 맛과 향이 떨어진다. 특히 마늘의 향은 생 것일 때와 얼렸을 때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나는 으깬 마늘의 즙이 음식으로 들어가지 않고 도마에 흐르거나 냉동되면서 날아가는 것이 탐탁치 않다. 그래서 아래의 그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요리에 곧바로 으깨어 넣는다. 

[도구로 마늘 으깨기]
[도구로 마늘 으깨기]

알리오올리오 같은 마늘 위주의 서양요리를 만들 때에도 그러한 방법을 쓴다. 칼로 다지는 것보다 품이 덜 들고 손에도 마늘 냄새가 덜 밴다. 도마는 물론이다. 다만 달궈진 기름에 으깬 마늘과 즙이 들어가면 튀거나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팬이 뜨거워지면 잠시 불을 끄고 마늘을 볶는다. 기름에 마늘향을 입히면서도 빨리 타지 않는다. 간혹 으깨지 않고 편마늘을 써는 때가 있다. 편마늘은 주로 서양요리에 쓰는데 간 마늘 대신 넣으면 요리가 보기에 깔끔하고 향이 은은하다. 마늘 맛은 좀 덜하다. 그래서 파스타 소스의 경우는 편마늘과 으깬마늘을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 집에서 가끔 일식 카레를 먹을 때-커리가 아닌 카레-에도 기름에 편마늘을 바삭하게 튀기듯이 볶아 다진 파, 반숙 계란과 함께 토핑으로 얹어 먹기도 한다. 이를 위해서도 생마늘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그다지 경제적인 방법은 아니다. 깐마늘은 비싸기도 하고, 집에서 자주 요리를 해먹지 않는 직장인일 경우 깐마늘 한 봉지를 상하기 전에 다 해치우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마늘을 건강식으로 매일 쪄먹지 않는 이상 말이다. 마늘을 건강식으로 매일 쪄먹지 않는 이상 말이다. 어떤 마늘을 어떻게 쓰고 보관할 것인지는 각자 사정에 달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집에서 일하고 밥까지 해결하는 미혼의 프리랜서인 내게 맞는 '취향'과 '적응'의 문제다. 


한편, 기존 요리에 마늘을 넣었을 때 굉장히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마늘 라면>이다. 친구들과 집에서 모임을 가지면 다음날 아점으로 자주 먹는 메뉴이다. 마늘을 넣은 라면이라고 하면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마늘을 언제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맛의 장르가 달라진다. 라면을 모두 끓인 후 불을 끄고 나서 그릇에 담거나 ‘서빙하기 직전’에 으깨어 마늘의 즙과 건더기가 국물에 잘 섞이도록 휘휘 저으면 믿기지 않는 맛이 난다. 생마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라면에 넣으면 강한 조미료맛에 마늘의 과한 냄새가 가려지므로 마늘라면의 색다른 풍미만을 즐길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불을 끄고 먹기 직전에 으깨어 넣는 것이다. 라면 1개당 마늘 1개 정도가 적당하다. (취향에 따라 마늘의 크기는 감안할 것)


이 글에서 언급한 '마늘 으깨기'에 대해서는 <사소한 물건들> 카테고리에 차후 기록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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