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오는 것들은 조심스럽다. 무겁지 않고 가볍다. 무거운 것들은 조심스럽게 오기 힘들다. 늘어뜨린 휘장을 가만히 젖히듯, 고요하게 누구와 누가 만나는 모습...봄 기운에 눈꺼풀이 감기듯 고요하게 맞물리고 수렴되는 소리, 살짝 열린 문틈으로 스미는 빛, 숨 죽이며 닫아낸 문...스치는 동안에 묻은 타인의 향기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살며시 오는 것들은 스미는 것들이다. 가볍게 내려앉아 무게를 모르다가, 자리가 비어야 빈 자리의 형태와 무게를 깨닫는 짧은 눈치다. 살며시 스미는 데에 당할 이가 있을까. 사랑도, 슬픔도, 그리움도 살며시...거부할 틈 없이 살며시, 스미는 것은 베어내는 것처럼 정교하나 부드럽다. 날카로운 정교함이 아니라 세포와 세포의 결을 쓰다듬어 가르는 능란함. 계획을 물리치는 우연과 운명, 애틋하고 안타까운 손끝...기대보다 모자라거나 넘치는 아슬아슬한 움직임. 살며시는 움직인다. 움직임이다. 변화다. 이전과 이후가 다르게 만드는 새로움이다. 살며시 스미고 살며시 가는 것들. 그리고 살며시 변하는 것들. 그들은 살며시 가라앉으며 살며시 떠오른다...앳된 미소를 지으며, 아무 예고도 없이 




모호연 mohoyeon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