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멈 라이프는 감당할 수 없고, 

미니멀 라이프를 추종하기에는 가진 것도, 원하는 것도 많다.    

그래서 나는 '미디엄 라이프'다.  


나는 프리랜서다. 집에서 일을 하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집은 먹고 씻고 자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일을 하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간(주방, 침실) 외에도 작업실과 창고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서도 넓은 집에는 처음부터 창고를 만들거나, 방 한 칸을 오직 물건 보관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혼자도 아닌 하우스메이트와 공유하는 좁은 옥탑방에서 공간에 여백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체계적으로(필사적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정리하고, 수납해야 한다. 


미니멀 라이프만큼은 아니어도 낭비를 줄이고 가진 물건의 양을 어느 정도 통제하며 

'여유있는 공간'과 '넉넉한 살림' 가운데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정리전문가인 곤도 마리에 선생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오면 습관처럼 '대청소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하는데, 올해도 막연히 정리를 생각하며 보았던 책이다. 그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 이것이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니. 그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이 책은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물건을 버리거나 남기는 기준을 새롭게 바라본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는'식의 정리법은 ‘설레지 않으면 사지 않는' 소비습관을 길러준다는 면에서 더욱 탁월하다. 집을 물건으로 가득 채우지 않기 위해 한층 신중해져야 한다. 그 물건이 나에게 쓸모가 있다고 해서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쓸모있는 물건이라도 그것이 내 여유 공간-내가 걷고 눕고 쉬고 바라보는-을 차지한다면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여유 공간은 재산이다. 

공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나는 그 공간을 잃은 것이다. 

물건에 많은 자리를 내주면 시선과 생각의 주도권도 빼앗기기 쉽다. 

그런 집에서는 충분히 쉬지 못한다. 

일터로서 작업의 능률이 좋지 못한 것은 말할 여지가 없다.  


정리정돈을 하고 '설레지 않는' 무언가를 버려서 빈 공간을 남기면 마음에도 그만한 여유가 생긴다. 

나는 먹고 자고 씻고 일하는 공간 외에도 비어 있는 바닥과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적절한 통로가 필요하다. 

그림이나 사진을 걸 수 있는 빈 벽이 필요하다.  


내가 집을 가꾸는 목표는 나의 안락함과 창조성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치우고 

설레는 것들을 눈앞에 두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정리와 정돈에는 방법론에 앞서 기호와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정리정돈의 목표는 감정적이고 편파적이며 고집스럽고 비논리적이다. 

집에 있어서만큼은 나의 기분에 충실하여야 한다. 

이는 미디엄 라이프를 꾸려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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