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목 가구에 대한 욕심

나는 나무로 된 가구를 좋아한다. 아니, 나무로 된 가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웬만큼 고소득 가구가 아니고서는 집에 있는 가구들 중 원목가구의 비율이 높은 집은 많지 않다. 이유는 하나다. 비싸니까. 우리나라 평균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작은 서랍들은 모두 플라스틱이고 싱크대나 책장은 MDF에 시트지를 바른 것이다. 현관과 베란다의 수납선반들은 모두 철제다. 원목까지는 아니어도 집성목이나 합판으로 된 가구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같은 사이즈의 가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원목은 다른 것들보다 최소 열 배 넘게 비싸다. 게다가 거기에 드는 시간(나무가 자라는 시간까지 합해서)과 노동과 기술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 당연한 사실 때문에 서민들의 집은 몇 년만 사용해도 낡고 헐어버리는 MDF와 플라스틱 소재의 가구들로 채워져 있다. 정리정돈 관련 프로그램을 보니 아예 그마저도 없이 물건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사는 집들도 많은 듯 하다. 물론, 플라스틱이나 철제, MDF도 각기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효율적인 부분도 분명 있다. 그에 비해 원목가구라는 것은 장인의 손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탄생하지 않으면 만듦새가 나쁠 확률이 높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여러 모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여름엔 습하고 겨울엔 건조하며 온돌을 쓰는 한국집의 사정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서랍이 안 열린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그런 단점을 보강해서 만들지만) ‘예쁘지만 귀찮고 무겁다’ 이것이 원목 가구의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로 된 가구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감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예쁘지만 귀찮고 무겁다’ 에서 ‘예쁘다’가 차지하는 무게가 다른 단점을 가뿐히 이겨버리는 것이다. 또한 잘 만든 원목가구는 대를 이어 쓸 수 있을 만큼 오래가며 시간이 흐를수록 멋스러워진다. 하지만 나는 원목가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고, 무엇 하나 아는 것이 없다. 직접 가구를 만드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레고 조립하듯 끼웠다가 빼고 만들었다가 다시 분해하는 그런 간단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기술자가 아닌 입장에서 구하거나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소재이고, 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어떻게든 만들어보자는 스스로의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2. 나무여야 하는 이유 

나무로 된 가구를 좋아하는 것은 ‘예뻐서’이지만, 정작 만들기에 돌입하니 ‘예쁜 가구’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의 한계와 비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 그러니 그저 소재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가구 만들기는 보통 리폼부터 시작한다는데, 나는 그게 불가능했다. 원래부터 이 집엔 별다른 가구가 없었다. 아파트처럼 붙박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딸려있는 가구라고는 신발장과 싱크대 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리폼이라는 것을 할 ’필요’도 없었다. 따지고보면 가구만들기는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겠다. 필요는 있으나 사기에는 애매하고, 이 집과 사용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치수의 가구를 ‘적당한’ 가격에 구입하기란 생각만으로도 복잡하고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가구를 찾아 헤매느니, 차라리 만드는 게 나았다. 요즘은 목재를 원하는 치수로 재단해서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결제하면 내가 원하는 치수의 나무들이 집으로 배달된다. 이렇게 좋은 시스템이 있다니. 가구 만들기가 어렵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레고만큼은 아니어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편리해졌다고 하겠다. 그러니 적당히 디자인해서, 적당히 치수를 재고, 적당히 뚝딱뚝딱 박아 만드는 <대충 만드는 가구>도 가능해진 것이다. 


3.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소한의 가구 만들기 

가구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정한 규칙이 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소한의 가구 만들기.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것. 쓸모가 많을 것. 튼튼하면 더 좋고.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 보이지만 처음부터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들일 수는 없었다. 그건 ‘자급자족’의 대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즐거운 취미라도 그것이 돈을 낭비하는 일이 되면 만들어진 가구를 사용하는 데에도 죄책감이 쌓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쪼잔한 사람이라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은 웬만큼 퀄리티가 높지 못하면 불만을 갖는다. 그러니 낭비해서도 안 되고 새로이 많은 장비를 구입해서도 안 된다. 기준은 애매하지만, 내가 만들고 쓸 수 있는 만큼의 수준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탄생한 것이 <치킨 테이블>이다. 



(다음 게시물에 이어서)

치킨의 친구, 치킨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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