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구의 용도 

치킨은 왠지,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먹어야 제 맛이다. 평소 입식 테이블이 아니면 불편함을 느끼지만 치킨 같은 배달음식은 왠지 좌식 테이블에 먹어야할 것 같다. 그러한 사명을 띤 이 <치킨 테이블>은 단순하게 네 장의 나무 판재로 만들어졌다. 다리 대신 바퀴를 달았고 다른 테이블과 달리 중간에 수납공간이 있다. 자리를 지정하여 쓰지 않을 때에는 제자리에 넣어 둔다. 사용할 때에는 테이블이지만 평소에는 수납장이다. 이 아이디어는 이케아 가구에서 얻었는데, 그야말로 이집에 딱 필요한 디자인이었다. 좁은 집에서는 좌식 테이블 하나가 갖는 위상(?)이 다르다. 공간이 충분하지 못하니 어디에 놓아도 방해가 되고, 접어서 쓰는 디자인이면 튼튼하지 못해서 사용할 때 불편하다. 접은 테이블은 또 어디에 수납할 것인가. 그러나 테이블 자체가 수납장이고 이동이 편리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초부터 수납할 공간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사이즈로 디자인하면 된다. 작업실 공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수납하고 있는 이케아 알고트 선반 아래, <치킨 테이블>을 두기로 하고 사이즈를 쟀다. 이름이 <치킨 테이블>인 이유는 동영상을 보면서 배달음식을 먹기에 가장 적합한 용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알고트 선반 아래 두는 것도 그 이유다. 소파의 용도를 겸하고 있는 작업실 매트리스 바로 옆이라서. 


2. 가구의 디자인 

-가로 폭과 세로 폭은 앞접시를 놓을 수 있도록 치킨 박스보다 더 크게. 대신 수납에 무리가 없도록 이케아 알고트 선반과 폭을 최대한 맞추었다. 또한 테이블이 너무 크면 이동식이어도 불편이 뒤따르므로, 사용하는 위치에 두어도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적당한 크기여야 한다. 

-높이는 일반 접이식 테이블보다 약간 높여, 먹을 때 고개를 너무 숙이지 않도록 하였다. 이는 먹을 때 편리하기도 하거니와, 좌식으로 먹을 때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문제를 예방한다. 

-또한 겨울에는 이 위에 가습기를 놓아서 쓰므로, 알고트 선반 아래 들어갈 수 있도록 높이를 맞추었다. 


-조립 시 주의사항 : 나사를 박을 위치에는 반드시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 한다. 미리 길을 내놓지 않으면 나사를 박다가 나무가 결대로 쪼개지거나 갈라질 수 있다. 전에 어디선가 그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서 처음부터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도중에 지나치게 힘을 주어 나사를 조인 부분에는 약간의 갈라짐이 생겼다. 이것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엄청나게 주의를 하였기 때문에(처음이라 더욱) 나사 12개(연결부위당 3개씩)를 박는 동안 상당히 긴장하였다. 나사의 머리 부분은 구멍보다 크고 두텁기 때문에 끝까지 조이면 나무가 갈라질 수 있다. 물론 '이중기리'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나사 머리 부분을 목재의 안쪽까지 박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최소한의 도구를 사용하기로 한 원칙에 어긋나므로 적당히 박는다. 대신 접합부분에는 목공풀을 발랐다. 바를 때는 흰색이지만 마르면 투명해지고, 나무가 풀의 습기를 빨아들여 나사만을 박는 것보다 접합부분의 강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3. 가구의 특징


 

-제자리에 두었을 때의 모습이다. 수납한 것은 좌측부터 순서대로 영양제와 약간의 약들, 티슈, 유탄보. 영양제는 보이는 곳에 모아두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이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약들은 테이블 밑에 있으면 눈에 띄면서도 찾아 먹기 편하다. 티슈는 치킨을 먹을 때 손을 닦는 용도로 가장 많이 사용하므로 이 위치에 두는 것이 최적이다. 유탄보 역시 보이는 곳, 그리고 소파 겸용 매트리스에 가까운 곳에 수납하여 사용 편의를 높였다.  


-사포질 외에 마감(바니쉬나 스테인 바르기)을 하지 않아 오염에 약하다. 그러나 평소에 음식을 먹을 때에도 늘 테이블 매트를 쓰기 때문에 오염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들고 나니 그저 마음에 들어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였다.



4. 사용 후기

단순히 네 장의 집성목을 연결하여 만든 테이블이지만 쓸모가 많다. 재료비도 3만원대로 만족스러운 편. 다만 밑에 단 바퀴가 따로 구입한 것이 아니고 이케아 서랍장을 구입했을 때 남은 것이라 360도 회전이 안 되어 이동할 때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들지 않고 옮길 수 있는 점은 매우 편리하다. 또 소재가 밝은 색의 나무여서 공간에 무리없이 녹아든다. 배달음식 먹으면서 예능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쁨을 주는 좋은 친구다. 수납 공간에 티슈를 두어 보니, 손을 닦을 티슈를 찾아 헤매는 불편이 없다. 치킨 테이블, 앞으로도 너에게 치킨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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