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허리가 긴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는 다리가 짧은 것이 아니라, 허리가 무척 길었다. 평범한 벨트를 매면 어디가 허리인지 알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여자는 지나치게 긴 허리를 감추기 위해 펑퍼짐한 치마만 입었다. 절대로 달라붙는 옷은 입지 않았다. 허리가 지나치게 길어서 받아왔던 기묘한 시선들은 곧 사라졌다. 여자는 치마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옷을 입어도 매번 똑같은 옷처럼 보였다. 매일매일 아름다운 색상과 화려한 무늬의 치마를 입어도 즐겁지 않았다. 지겨워서 어쩔 줄 모르던 여자는 이번엔 직접 치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허리가 짧아 보이는 디자인으로. 가슴께부터 무릎, 또는 발목까지 늘어뜨려진 치렁치렁한 치마들이었다. 그런 치마를 입은 날은 꼭 하이힐을 신었다. 긴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매우 평범해 보였다. 여자는 평범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 허리가 길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옷을 벗는 곳에는 아무데도 가지 못했다. 바닷가나 수영장은 물론이고 찜질방에도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여자는 아쉽지 않았다. 평범한 자신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수영을 하거나 목욕탕을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허리가 긴 자신을 위한 옷들을 계속 만들었다. 만들다가 재미로 하나씩 팔았다. 치마는 사이트에 올라올 때마다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허리가 약간 긴 평범한 여자들이 앞다투어 치마를 주문했다. 긴 치마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지만 여자의 치마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유는 단 하나. 얼굴을 가리고 찍은 상품 이미지에는 옷을 입기 전과 후의 사진이 있었다. 지나치게 허리가 긴 여자의 몸은 약간 허리가 긴 여자들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긴 치마를 입은 여자는 너무나 평범했으므로 약간 허리가 긴 여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여자는 적당히 돈을 벌었다. 어느 날 지나치게 허리가 긴 남자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남자는 제안했다. 

“지나치게 허리가 긴 남자를 위한 옷도 만들어줄 수 있나요?” 

여자는 거절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파는 치마를 입으세요. 그러면 ‘허리가 긴 남자’가 아니라 ‘치마를 입은 남자’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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