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린 치킨 테이블이 인기(우리 집에서…)를 얻고 나니 같이 사는 분한테서 주문이 들어왔다. 멀티탭 덮개를 만들어 줄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어떤 나무로 해야 되는지 감이 안 와서 잠깐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재빠르게 요청을 받아들였다. 나무로 생활용품 만드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기 때문에 뭐든 만들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던 참이었다. 지르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간단하게 생각했고 생각했던 것 만큼이나 매우 간단한 작업이었다. 


1. 구상하기 


주문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멀티탭 보관함은 이케아에서 구매한 것이다. 디자인이 예쁘고 깔끔하지만 한국의 멀티탭을 넣어 사용하기에는 불편이 있다. 코르크재질로 된 뚜껑은 코드를 뺄 수 있게 가운데 구멍이 나있는데 정작 코드를 꽂은 상태에서는 뚜껑이 덮이지 않는다. 한국의 멀티탭이 스웨덴의 멀티탭보다 두껍고 큰 모양이다. 더구나 220볼트에 사용하는 어댑터들은 110볼트보다 크다. 뚜껑이 안 덮이는 게 당연하다. 이케아 제품을 신봉하지만 늘 옳은 것은 아니다. 간혹 한국의 생활 체계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박스 안에는 멀티탭 뿐 아니라 보조배터리, 충전기 등이 복잡하게 들어 있다. 노출되어 있으면 먼지가 끼어 합선의 위험이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게다가 침대 머리맡에 콘센트가 있어 밤에 자려고 불을 끄면 멀티탭의 불빛에 눈이 부셔서 책이나 쿠션 등으로 가리고 잠을 잔다고 했다. 주문자는 단순히 불빛을 가려줄 덮개를 원하였기에 디자인도 단순하게, 별다른 기능 없이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나무가 너무 얇으면 빛이 투과되어 가리는 의미가 없기에 기존의 나무 재단 사이트에서 두께 15mm의 삼나무를 주문했다. 삼나무집성목은 다루기도 쉬울 뿐더러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해서 가구로 많이 쓰인다. 재료비는 8천원.다른 가구를 만들 때 목재를 함께 주문해서 배송비는 따로 들지 않았다. 


2. 구조와 사용 방법 


멀티탭덮개는 치킨테이블처럼 4개의 목재로 만들었다. 윗판1장, 측면 2장, 전면1장. 코드를 꽂은 상태에서 덮어도 전선이 무리하게 접히지 않도록 내부 공간을 높게 제작했다. 또한 코드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뺄 수 있도록 후면을 아예 비웠다. 덮개의 높이를 높인 덕분에 매트리스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 자기 전에 핸드폰, 머리끈, 립밤 등을 올려 놓아도 미끄러져 떨어지지 않도록 1cm의 단차를 두었다. 측면과 전면의 높이에 차이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용하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모서리를 사포로 잘 갈아 부드럽게 만들었다.



침대에 누우면 은은하게 삼나무 냄새가 나는 것도 이 덮개의 장점.
침대에 누우면 은은하게 삼나무 냄새가 나는 것도 이 덮개의 장점.

덮개를 앞으로 세우면 한번에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다. 세우지 않고 앞으로 슬쩍 당기면 전원버튼만 눌러 켜고 끌 수 있다. 간단하고 만들기도 쉽지만 매우 쓸모있는 물건이다. 다만 외관은, 적당히 쓰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우 단순하다. 네 개의 나무 판자에 그대로 나사를 박아(그것도 나사가 전부 노출되어 있다)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적당히 녹아들 수 있다면 반드시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는 물건이 눈에 띈다면 그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아닐까. 


3. 사용후기 


주문자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밤에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게임을 해도 멀티탭의 불빛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점, 립밤과 핸드폰을 정해진 곳에 두어 아침에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편리하다고 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본인의 생활습관 문제인 것 같지만) 쓰는 사람이 좋아하니 만든 사람도 보람있고 뿌듯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주문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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