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스산한 저녁이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어쩐지, 라는 말은 이유를 묻지 않고 감각에 주목하는 단어다.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 상식보다 느낌, 감정, 기분.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에 격렬하지 않아도 감각적이다. 한마디로 ‘어쩐지’는 우리의 본능에 해당한다. ‘왠지’도 비슷하게 들리지만 ‘어쩐지’는 이유를 모르는 상태를 넘어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있다. 사실은 이유를 이미 알고 있는데 외면하고 싶은 것일 가능성. 변화를 원치 않는 막연한 감상. 막연하다, 그러므로 이 감각(감정)은 확신을 밀어낸다. 주저한다. 주저할 이유가 된다. ‘왠지’가 긍정의 언어와도 잘 어울리는 반면, ‘어쩐지’는 어쩐지 슬퍼진다.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감각이란 아무래도 서글픈 데가 있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거나,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슬픔이나 외로움. 누군가 동조한다고 기쁨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말하면 그건 거짓말에 가깝다. 어쩐지 느껴지는 이 감각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혼잣말이다. 내가 나를 추측하고 상상한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이유가 없는데’ 어쩐지. 나는 이 감각을 믿을 수 없다. 어느 정도인지 측정도 계산도 불가하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나는 이 본능에 따를 생각이다. 공감과 동의가 없어도, 온당한 이유가 없어도, 어쩐지 이 느낌에 끌려가고 싶은 기분. 어쩐지 스산한 저녁, 어쩐지 찬바람이 느껴지는 음악을 들으며 나는 어쩐지 외로운 날에 나를 더 외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쯤은 강제로 백지 앞에 나를 데려와 펜을 쥐게 해야만 들여다보이는 나의 감각들은 대체로 맹맛이 난다. 막연하고 희미한 실루엣을 따라가면 어딘가엔 실마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 우물 앞을 맴돌다 어두운 수면을 내려다 보곤 섣불리 추측한다. 기쁨에는 기쁨의 이유가 있고, 괴로움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끔은 실체보다 감각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쩐지, 습관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나의 하루를 혼잣말이나 공상으로 끝내기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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