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냉장고는 440리터. 용량으로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요즘은 자취방에서도 양문형 냉장고를 쓰는 집들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집 냉장고도 2인이 쓰기에는 작지 않다. 오히려 넉넉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양념이나 소스, 요리의 기본재료들을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얻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보다 큰 사이즈의 냉장고는 해악이다. 440리터는 단순한 자취가 아닌 스스로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 2인에게 안성맞춤인 사이즈가 아닐까 한다. 단, 술을 먹는다면 주류와 안주를 넣을 공간도 추가로 필요하므로 400리터대로는 부족하다. 다른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이듯, 이 냉장고를 선택한 데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사양표를 보면 복잡한 내용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용량과 사이즈와 소비전력이다. 나머지는 각자 활용하는 바에 달려 있다
사양표를 보면 복잡한 내용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용량과 사이즈와 소비전력이다. 나머지는 각자 활용하는 바에 달려 있다
1. 위치와 크기

우리집에서 냉장고를 둘 수 있는 위치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정해져 있다.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사용하는 2인 자취공간이지만 우리집에는 가전제품이 꽤 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나 때문이다. 전자렌지를 제외하고도 컨벡스전기오븐, 제빵기 등 덩치 큰 가전들이 주방의 철제선반을 한칸씩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어떤 것도 양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집에서 직접 만든 빵과 디저트를 가끔 먹어 줘야만 행복을 느끼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우스메이트도 이런 점에서 약간의 이득을 보고 있으므로 냉장고를 사야 했을 때 위치나 크기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1-2인이 사는 집에서 쓸데없이 큰 냉장고는 음식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리터 이상의 냉장고를 고른 이유는, 첫째, 곡류나 가루류를 냉장고에 보관하기 위해서, 둘째,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식품을 생각보다 자주 먹기 때문, 셋째, 음식이 아닌 것도 함께 보관하기 위해서이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고 해도 매끼니를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먹다가는 일의 맥이 끊기거나 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매번 배달음식을 먹는 것도 낭비이며 몸에 좋지도 않다. 결국 어느 정도 간편식에 기대서 살아가야 하는데 냉동실이 너무 좁으면 여름을 나기가 너무 힘들다. 얼음도 얼려야 하고, 제철에 얼려둔 과일도 넣어 두어야 하고, 냉동밥과 냉동고기, 냉동야채도 보관해야 한다. 여름에는 공간이 부족하고 겨울에는 남아도는 것이 냉장고의 숙명이다. 이 숙명을 벗어나려고 해봐야 더 많은 것을 저장하려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므로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2. 깊은 냉장고 vs 높은 냉장고

집이 좁을 경우에는 냉장고의 깊이와 높이도 선택의 기준이 된다. 냉장고의 깊이가 깊으면 그만큼 차지하는 공간이 넓다. 수납은 많이 되겠지만 그것이 또 단점으로 작용한다. 깊은 냉장고일수록 안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확인하기 힘들고, 재료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조리 적어두거나 하지 않으면 썩을 때까지 방치하게 될 확률이 높다. 폭이 넓으면 문이 열리는 반경이 커지므로 그만큼 이동경로에 방해가 된다. 좁은 집에서는 공간만 있다면 차라리 양문형 냉장고가 문을 여닫기에는 편리한 지점이 있다. 물론 우리집은 냉장고를 놓을 위치의 폭이 너무 좁기 때문에 양문형 냉장고(소비전력도 높다)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반면에 폭이 좁고 높은 냉장고는 키가 작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썩 편리하지 않지만 공간낭비가 적다는 데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냉장고는 대체로 여러 대를 놓고 쓰는 세트 형태로 나온 것이 많고 냉동실이 아래쪽에 있는 것도 많다. 냉동실이 아래 있는 경우, 정작 자주 넣고 빼야 하는 식재료들이 손이 잘 닿지 않는 상단에 위치하게 되므로 이 또한 단점이다. 한 마디로 깊은 냉장고와 높은 냉장고의 절충안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 하나마나한 소리 같지만 실제로 열심히 찾다 보면 보인다. 내게 필요한 용량과 폭과 높이를 갖춘 냉장고가 하나쯤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냉장고를 구입할 때는 냉장고를 둘 위치와 공간, 문의 반경 등을 실측하여 사양과 비교하면서 골라야 한다. 위 사양서에 나와 있는 냉장고의 폭700mm, 깊이730mm는 우리집의 빈 공간에 거의 정확하게 맞는 사이즈다. 


3. 사용 후기 : 삼성 냉장고라니?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는 가족친지들의 공통된 의견은 LG. 나 역시 백색가전은 LG를 쓰려고 노오력을 하는데 눈물나게도, 내가 냉장고를 구입할 당시에는 적당한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구입한 것이 끽하면 고장이 난다는 오명을 갖고 있는 삼성제품이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냉장고의 정해진 위치와 크기, 그리고 에너지소비효율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삼성은 1-2인 가정에 대비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었고 엘지와 대우전자는 양문형이나 대형냉장고를 제외하고는 자췻방에 으레 놓여 있는 기본레벨의 냉장고밖에 만들지 않았다. (요즘은 다르겠지…ㅎ…) 다양성의 면에서 삼성전자에 한참 뒤쳐졌던 것이다. 엘지와 대우 제품을 검색하면 혼수로 많이 쓰이는 양문형 냉장고가 주를 이루었고, 400리터 내외의 적당한 사이즈의 냉장고를 찾았더라도 에너지소비효율이 5등급이었다. 결국 ‘몇 년 쓰고 버리지 뭐’라는 황당한 이유를 붙이고 겉보기에 그럴듯한 삼성 냉장고를 사게 된 이유이다. 냉장고의 기본 사용연한은 8년. 일종의 소모품인 셈인데, 고장이 잘 난다는 삼성제품치고는 아직까지 별 문제가 없다. 소리도 없고, 내부온도에 문제가 있거나 식재료가 어는 일도 없다. 뽑기를 잘 한 모양이다. 다만 ‘삼성’을 구입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로고는 예쁜 엽서로 가려 두었다. 


4. 의외의 외관 : 아름답다

당시는 스틸 냉장고가 유행하기 전이었는데 이 냉장고를 구입한 건 이상한 꽃무늬가 없어서, 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이 매끈한 금속 바탕은 취미로 모으는 마그넷과 그림엽서 등에도 무척 어울린다. 마치 또 다른 전시공간이 된 것처럼 만족스럽다.  


자, 지금까지는 냉장고의 선택 기준과 사용후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하편에서는 냉장고에 무엇을 어떻게 수납하였는지, 낱낱이 밝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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