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부족하고 겨울에는 남는 냉장고의 수납공간들.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절대적 나 기준으로 정리한 냉장고 수납 방법을 구획별로 그림과 함께 설명해 본다. 


1. 냉동실 수납 


냉동실의 전면부
냉동실의 전면부

1) 아이스트레이 

물을 부어서 얼음이 얼면 스프링이 달린 손잡이를 비틀어 ICE라고 적혀 있는 통으로 얼음을 떨어뜨린다. 간단한 원리지만 여름에는 제법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한 판을 얼리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 분량 정도 나온다. 


2) 냉동고기 

닭가슴살을 요리 재료로 자주 활용하므로 시장에서 1킬로 사면 지퍼백에 분할하여 하나씩 꺼내기 좋도록 한다. 가끔 불고기용 돼지고기나 육수용 양지 등을 사서 이곳에 보관한다. 


3) 냉동채소 

-삶은 옥수수 : 시장에서 2천원에 3개들이 포장을 사면 보통 1~2개 남는다. 옥수수는 빨리 상하므로 남는 것은 딱딱하게 굳기 전에 알을 떨어내 얼려 두었다가 나중에 콘치즈를 만들어 먹는다. 떨어내는 방법은 많은 블로거들이 설명하듯, 옥수수를 세로로 세운 뒤에 칼로 알부분만 잘라낸다. 단점은 손으로 떼는 것과 달리 옥수수의 배아(맛의 정수)가 함께 떨어지지 않는다...옥수수에 미친 자라면 손으로 분리해서 얼려두는 편이 맛으로나 영양으로나 더 나을 것이다. (그건 바로 나) 약간 마른 옥수수도 콘치즈를 만들면 다시 촉촉하고 쫄깃해지므로 옥수수는 버리지 않고 얼려두기. (냉동채소에 옥수수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쓸 일인가...)

-볶음용 채소 : 자투리 채소들을 다져서 냉동했다가 볶음밥, 커리 등에 넣는다. 라면에 넣을 수도 있다. 


4) 식사류 1 : 냉동밥, 냉동빵, 함박스테이크 

이 냉장고의 냉동실은 공간에 비해 수납공간이 제대로 나누어져 있지 않아서 (2도어 냉장고는 대체로 그렇다) 싱크대용 수납선반을 넣었다. 위쪽에 있는 것은 왼쪽에서부터 함박스테이크, 냉동빵, 냉동밥이다. 밥은 한번에 3-4컵 해서 그날 먹은 양을 제외하고는 팩에 넣어 보관했다가 해동해 먹는다. 100퍼센트 현미밥을 먹는지라 밥을 할 때도 1시간이 걸리고 보온을 6시간 이상 하면 밥에서 냄새가 난다. 한번 해서 냉동했다가 해동해 먹는 편이 밥의 맛도 좋고 전기도 덜 써서 효율적이다. (전기밥솥의 소비전력은 어마어마하다) 

빵도 2-3일 안에 먹을 것이 아니면 냉동했다가 오븐에 구워 먹는다. 냉동빵은 냉장고 냉매의 냄새가 배기 쉽지만 그래도 오븐에 구우면 본래의 향기가 살아나며 맛이 좋아진다. 주로 아침식사용 크로와상을 냉동해 둔다. 대신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빵은 구워도 복구되기 어려우므로 식빵 등을 냉동했다가 구울 때는 버터를 발라 향을 입히는 것이 좋다. 아니면 아예 냉동하지 않거나. 

함박스테이크는 가끔 식사용으로, 반찬용으로 만들어 둔다. 집에서 만들면 군맛이 나지 않아 좋다. 랩보다는 포장 비닐로 겹겹이 싼다. 해동할 때는 갯수만큼 꺼내어 실온에 두면 자연히 녹는다. 


5) 식사류 2 : 인스턴트, 간편식 

요리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인스턴트와 레토로트(간편식)를 종종 이용한다. 자주 먹는 것은 한살림의 채소볶음밥(오믈렛을 만들면 아점으로 최고다), 곤드레밥, 김치만두 등이다. 또 믹스 해물이나 나또 등도 이곳에 보관한다. 


6) 육수 

상자 안에 넣어 둔 것은 육수 종류다. 냉국수나 반찬에 사용하는 동치미육수, 두유, 양지육수, 치킨스톡 등이 들어 있다. 



냉장고 문쪽
냉장고 문쪽

7) 양념과 육수 재료 

윗칸에는 건멸치, 건다시마, 건새우, 말린버섯, 얼려둔 대파나 청양고추 등을 지퍼백이나 저장용기에 넣어 보관하였다. 


8) 다진생강

생강은 수분이 많아 마늘과 달리 쉽게 상하고 제철 여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기왕 그런 거면 좀 쉽게 살자 싶어 한살림에서 다진생강을 사서 쓰고 있다. 큐브 형태로 얼려져 있으며 비닐팩에 한번 더 들어 있다. 마늘과 달리, 생강은 냉동실에 두어도 다른 식재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냄새를 뿜어대지 않는다는 말) 또한 다진 생강은 녹기도 잘 녹아서 요리할 때 꺼내 쓰기도 편리하다. 


9) 디저트재료 : 밀가루, 바닐라빈 

냉장실에 두어도 될 것 같지만 냉동실에 보관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영양파괴나 부패 등등) 유기농 밀가루를 냉동실에 두었다. 밀가루는 냄새를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요리하면(디저트를 만들면) 그 냄새들이 다시 날아가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바닐라빈은 디저트의 향을 극도로 높여주는 재료로서, 다른 냄새가 배면 안 되므로 각각 2중, 3중 포장하여 지퍼백에 넣었다. 한 번에 많이 쓰지 않으므로 1개씩 포장해 꺼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는 공간에는 냉동양념(간편식 소스 등)과 찜질용 아이스팩을 두었다. 


 *나만의 냉장고 사용 법칙*

랩은 사용하지 않는다. 냉장고의 냉매 냄새보다 랩의 석유 냄새가 음식에 배기 더 쉽다. 랩보다는 포장비닐을 사용하고 그 상태에서 다시 보관용기에 넣는다. 알루미늄호일도 마찬가지다. 호일로 싼 음식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나중에 금속의 맛과 냄새가 음식에 배어서 먹기 괴로워진다. 음식을 보관할 때는 유리나 도자기 종류의 뚜껑있는 그릇이나 밀폐용기에 보관하도록 한다. 

얼리는 식재료와 비닐이 최대한 밀착하도록 해야 한다. 냉장고에 들어가 온도가 변하면 공기중의 수분이 물이 되어 식재료와 섞인다. 1-2일 안에 먹을 음식은 괜찮지만 대체로 음식의 맛이 변하는 원인이 되며 더 빨리 상한다. 



2. 냉장실 수납


냉장실은 장기 저장 목적의 식재료가 아니라면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오래 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즉,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찬이나 샐러드드레싱, 먹고 남은 배달음식 등은 최전방에 둔다. 

대신에 오래 저장이 가능한 소스들은 종류별로 상자에 넣어 쓰면 효율적으로 깊은 곳까지 수납할 수 있다. 

냉장실 전면
냉장실 전면

1) 신선칸

오늘 구워먹을 냉장고기나 계란, 요거트 등을 보관한다. 공간이 넓어 보존력이 높은 젓갈이나 양념 등을 넣어두기도 한다. 


2) 양념과 소스 

과일잼은 과일잼끼리, 머스터드소스와 땅콩버터 등 스프레드형 소스는 또 그들끼리, 채소피클이나 자우어크라우트 등을 함께 보관한다. 음식의 장르에 따라 소스의 구획을 달리하면 각종 요리를 해 먹을 때에도 유용하다. 


3) 반찬류 

가장 꺼내쓰기 좋은 위치에 반찬류를 둔다. 반찬은 막 해서 먹는 게 가장 맛있고 냉장고에 한번 들어가면 군식구가 될 확률이 높다. 음식쓰레기가 되어 나오는 것도 대체로 반찬류다. 가장 손이 잘 닿는 곳에 두고 앞뒤로 겹치지 않게 1열에만 둔다. 안으로 밀려 들어간 반찬은 미아가 되기 쉽다. 대신 공간이 남아 돌기 때문에 이곳에 화장품이나 수제립밤 같은 것을 놓아둘 수 있다. 반찬들을 먹다남은 그릇이 아닌 밀폐용기에 담아두면 냉장고 안에서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화장품과 함께 보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4) 곡식, 가루류, 견과류

현미는 벌레가 생기기 쉬우므로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한다. 통에 들어가는 분량은 약 3킬로그램 정도. 쌀을 한 번에 많이 구입하면 밥맛이 떨어지므로 그때그때 도정한 쌀을 새로 구입해 먹는다. 쌀통 옆에는 가루류다. 부침가루나 디저트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가루들을 이곳에 보관한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넣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맨 오른쪽에는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와 콩류를 보관한다. 최대한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어두운 색깔의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고 있다. 


5) 잡곡, 배달음식, 간식류 

4번과 채소칸의 사이, 냉장고 안에서 불빛이 가장 닿지 않고 어두운 자리다. 즉 이것저것 수납해봐야 소용없는 자리라는 뜻이다. 이 곳에 긴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 잡곡을 보관하고 1열에 먹고 남은 배달음식을 둔다. 역시나 2열은 없다. 굳이 보관하자면 먹다 남은 와인을 눕혀서 두든지 (실온에 둘 곳이 없으므로) 눕혀서 보관 가능한 주스 등을 보관한다. 옆에는 땅콩이나 오징어채 등 간식류가 들어있는 박스가 있다. 


6) 채소칸

채소칸은 부피가 크다. 매주 가득 채워졌다가 다시 비워지는 곳이다. 채소를 위아래로 수납하면 뭐가 있는지 잊어버려 상하거나 무게 때문에 짓눌릴 수 있으므로 웬만하면 차곡차곡 세워서 보관하도록 주의한다. (물론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이곳에 부피가 큰 시럽이나 인스턴트 생면 등을 함께 보관하기도 한다. 


냉장실 문쪽
냉장실 문쪽

7) 냉장실 문 : 키 큰 양념들의 본거지 

주로 플라스틱 병에 들어 있는 키 큰 양념들이 냉장실 문을 차지하고 있다. 우유를 제외하고는 주스를 잘 먹지 않아서 대부분 양념이다. 수납의 효율을 위해 장르가 아닌 키에 따라서 양념을 구분해 맨 위층, 중간층, 주스칸, 이렇게 나누어 넣었다. 소량의 소스는 으레 그렇듯 따로 보관한다. 


 *멀티바스켓multi-storage basket* 

이 냉장고에는 꺼낼 수 있는 바스켓이 있다. 냉장고 문쪽에 있는데, 투명아크릴 문을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으며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제작자들은 이곳에 소스를 넣어 보관하다가 음식을 하거나 먹을 때에 분리해서 쓸 수 있는 용도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용도로 전혀 쓰고 있지 않다. 나는 이곳에 씨앗류(작년에 옥상에 심고 남았거나 수확한)와 인스턴트이스트, 그리고 립밤 재료, 화장품용 오일 등을 넣어두고 있다. 공간구분도 확실히 되고 냄새도 2중으로 차단되므로 꽤 유용하다. 

적당히 보관하고 적당히 해먹는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그저 과잉수납하지 않는 것 외에는 딱히 미디엄라이프를 실천할 바가 없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지나치게 부지런하지 않으면 미니멀라이프는 불가능하다. 모든 음식을 제철재료로 그때그때 해먹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인간이기에 그렇다.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 번에 많이 구입하지 않기. 곡류는 쌀을 제외하고는 500그램 이상 필요하지 않다. 

  싸다고 한번에 많이 샀다가는 공간을 잃기 쉽다. 그것도 낭비다. 

=요리된 음식은 무조건 1열에 둔다. 음식을 보이지 않게 수납하는 것은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일이다. 

=내가 하고싶은 요리와 내가 실제로 해먹는 요리의 간극을 무시하지 말자. 나는 해먹는 것만 해먹는다. 

  그러므로 새로운 요리를 하고 싶다면 미리 재료를 사두지 말고 (저장되는 것 외에) 먹고 싶은 날 사서 해먹도록 한다. 

  그게 귀찮다면, 영원히 그 요리는 해먹지 않는다. 


이번에 열심히 기록을 하면서, 나의 생활 패턴에 맞게 살림을 사는 방법을 조금 더 체득한 것 같다.

나의 현실에 맞게 살아가기, 미디엄 라이프. 


모호연 mohoyeon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